등기부등본 보는 법, 표제부·갑구·을구가 답하는 질문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직전, 중개사가 등기부등본을 한 장 내밀며 “깨끗합니다” 한다. 받아들고 훑어보지만 표제부·갑구·을구라는 낯선 칸에 한자와 숫자가 빼곡할 뿐, 무엇이 깨끗하다는 건지 판단할 근거가 없다. 그런데 이 종이 한 장이 보증금 수억 원의 안전을 가르는 유일한 공적 기록이다.
등기부등본은 세 칸으로 되어 있다
정식 명칭은 등기사항전부증명서다. 구조는 단순하다. 부동산 하나마다 등기기록이 있고, 그 기록이 표제부·갑구·을구 세 부분으로 나뉜다.
| 구분 | 담는 내용 | 확인 목적 |
|---|---|---|
| 표제부 | 부동산 자체의 표시 — 소재지번, 지목, 면적, 건물 내역 | 계약서에 쓴 집이 이 집이 맞는가 |
| 갑구 | 소유권에 관한 사항 | 지금 주인이 누구이고, 소유권이 흔들릴 위험이 있는가 |
| 을구 | 소유권 외의 권리 | 이 집에 얼마나 빚이 걸려 있는가 |
세 칸이 답하는 질문이 다르다는 점이 핵심이다. 표제부는 “이 집이 맞나”, 갑구는 “이 사람과 계약해도 되나”, 을구는 “내 돈이 안전한가”를 각각 확인하는 자리다.
표제부 — 계약서와 한 글자씩 대조한다
표제부에는 소재지번, 지목, 면적, 건물 구조와 층수가 적힌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집합건물이라면 표제부가 두 개다. 건물 전체를 표시하는 1동 건물의 표제부와, 내가 계약하는 호실만 표시하는 전유부분의 표제부로 나뉜다. 전유부분 표제부에는 대지권의 표시도 함께 나온다.
여기서 할 일은 해석이 아니라 대조다. 계약서에 적힌 동·호수와 면적이 등기부의 전유부분 표제부와 정확히 일치하는지 글자 단위로 맞춰본다. 등기부상 101동 1502호와 계약서의 101동 1502호가 다르면 그 뒤의 모든 확인은 의미가 없다.
갑구 — 소유권과 그 소유권을 위협하는 것들
갑구에는 소유권 보존·이전 등기가 시간순으로 쌓인다. 가장 아래쪽, 즉 가장 최근의 소유권 이전 등기에 적힌 사람이 현재 소유자다. 계약 상대방의 신분증과 이 이름이 같아야 한다.
문제는 소유권 자체가 아니라 그 옆에 끼어드는 등기들이다. 갑구에는 다음이 함께 기재된다.
- 가압류·압류: 채권자가 이 부동산을 묶어둔 상태
- 가처분: 소유권을 둘러싼 다툼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
- 경매개시결정: 이미 경매 절차가 시작됨
- 가등기: 나중에 소유권을 넘겨받기로 예약해둔 상태 — 본등기가 되면 그 사이의 권리들이 밀린다
- 환매특약: 판 사람이 다시 사갈 수 있다는 약정
이 중 하나라도 있으면 “깨끗한 등기”가 아니다. 특히 가등기와 가처분은 겉보기에 소유권이 멀쩡해 보이는데도 나중에 권리가 통째로 뒤집힐 수 있는 항목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주의: 우리 법은 등기에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등기부를 믿고 거래했더라도 진정한 권리자가 따로 있었다면 그 거래가 보호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등기부 확인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지 완전한 보증이 아니며, 그래서 매도인 본인 확인·인감증명서·위임장 검증 같은 절차가 따로 필요하다.
을구 — 채권최고액을 실제 빚으로 착각하지 않기
을구에는 소유권 외의 권리가 들어간다. 근저당권, 전세권, 지상권, 지역권, 임차권 등이다. 전세나 매매를 앞두고 가장 신경 써야 할 칸이 여기다.
가장 자주 만나는 것이 근저당권이다. 여기 적힌 금액은 실제 빌린 돈이 아니라 채권최고액이다. 금융기관은 보통 대출 원금의 120~130% 수준으로 채권최고액을 설정한다. 채권최고액 3억 6천만원이 적혀 있다면 실제 대출 원금은 3억원 안팎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실제 빚이 얼마인지는 등기부만으로 알 수 없고 매도인에게 대출잔액증명서를 요구해야 정확하다.
전세 계약이라면 계산이 하나 더 붙는다. 근저당 채권최고액과 내 보증금을 더한 값이 그 집 시세에 비해 얼마나 되는지를 봐야 한다. 이 합계가 시세의 70~80%를 넘어가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어려워진다. 전세자금대출 심사에서 은행이 같은 계산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의: 말소된 등기는 지워지지 않고 취소선이 그어진 채로 남는다. 취소선이 있으면 이미 효력이 없는 항목이므로 겁먹을 필요가 없다. 반대로 “말소사항 포함”으로 발급하지 않으면 과거 이력이 보이지 않는데, 소유권이 자주 바뀌었거나 가압류가 반복된 이력은 그 자체로 판단 재료라 포함해서 떼어보는 편이 낫다.
순위번호가 곧 우선순위다
각 등기에는 순위번호와 접수일자가 붙는다. 같은 구(갑구끼리, 을구끼리) 안에서는 순위번호가 빠른 쪽이, 갑구와 을구 사이에서는 접수일자가 빠른 쪽이 앞선다. 경매로 넘어갔을 때 배당 순서가 이 순위로 정해지므로, 내 권리가 몇 번째에 서는지가 곧 회수 가능성이다.
전세 임차인이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를 서두르라는 조언이 여기서 나온다.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등기부에 등기된 권리가 아니라 전입신고·확정일자로 확보되는데, 그 효력 발생 시점이 근저당 설정일보다 늦으면 순위에서 밀린다.
발급하고 확인하는 순서
- 대법원 인터넷등기소(iros.go.kr)에 접속한다. 별도 방문 없이 24시간 열람·발급이 가능하다.
- 주소나 부동산 고유번호로 대상 부동산을 검색한다. 집합건물이면 동·호수까지 정확히 지정한다.
- **“말소사항 포함”**을 선택해 발급받는다. 수수료는 열람 1통 700원, 발급 1통 1,000원이다.
- 표제부에서 계약서와 소재지·면적을 대조한다.
- 갑구에서 현재 소유자와 신분증을 대조하고, 가압류·가처분·가등기·경매개시결정이 있는지 확인한다.
- 을구에서 근저당 채권최고액을 합산하고, 보증금을 더한 값이 시세 대비 안전한 수준인지 계산한다.
- 잔금일 당일 다시 발급받는다. 계약일과 잔금일 사이에 근저당이 새로 설정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7번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은데, 등기부는 계약일 시점의 사진일 뿐이다. 잔금을 치르기 직전의 상태가 실제로 내가 인수하는 상태다.
정리
등기부등본은 표제부(이 집이 맞나)·갑구(주인이 누구인가)·을구(빚이 얼마인가) 세 칸으로 읽는다. 갑구의 가압류·가처분·가등기는 소유권을 뒤집을 수 있는 신호이고, 을구의 근저당 채권최고액은 실제 대출액의 120~130% 수준으로 설정되므로 그대로 빚으로 읽으면 안 된다. 순위번호와 접수일자가 경매 시 배당 순서를 정하며, 잔금일 당일 재발급은 생략할 수 없는 절차다. 집을 사고 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 단계 부담이 이어지지만, 그 전에 이 종이 한 장을 제대로 읽는 것이 순서다.
자주 묻는 질문
등기부등본과 등기사항전부증명서는 다른 서류인가요?
같은 서류입니다. 과거 종이 장부를 복사해 주던 시절의 명칭이 등기부등본이고, 등기 업무가 전산화되면서 정식 명칭이 등기사항전부증명서로 바뀌었습니다. 실무에서는 두 표현이 섞여 쓰이지만 가리키는 대상은 동일합니다.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남아 있으면 계약하면 안 되나요?
무조건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매매라면 잔금으로 대출을 상환하고 근저당을 말소하는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전세라면 채권최고액과 보증금의 합계가 시세 대비 어느 수준인지가 판단 기준이 되고, 매도인에게 대출잔액증명서를 요구해 실제 채무액을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열람과 발급은 뭐가 다른가요?
열람은 화면으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고 발급은 공적 증명 효력이 있는 문서를 받는 것입니다. 인터넷등기소 기준 열람 수수료는 1통 700원, 발급 수수료는 1통 1,000원입니다. 내용만 확인할 목적이면 열람으로 충분하지만, 대출 신청이나 제출용으로는 발급본이 필요합니다.
등기부가 깨끗하면 보증금은 안전한가요?
등기부 확인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우리 법은 등기에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등기부상 문제가 없어 보여도 진정한 권리자가 따로 있는 경우까지 보호되지는 않습니다. 매도인·임대인 본인 확인,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필요하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까지 함께 갖추는 것이 실질적인 안전장치입니다.
계약할 때 한 번만 확인하면 되나요?
최소 두 번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 체결 직전에 한 번, 잔금을 치르는 날 다시 한 번입니다. 계약일과 잔금일 사이에 새로운 근저당이 설정되거나 가압류가 들어오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합니다. 잔금일 당일 아침에 재발급받아 갑구와 을구가 계약 당시와 같은지 확인한 뒤 잔금을 지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