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와 월세, 무엇이 유리한지 계산으로 비교하기
같은 집을 두고 전세 3억원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80만원 중 고르라고 한다. 전세는 목돈이 묶이고 월세는 매달 돈이 나간다. 성격이 달라 보이지만 둘 다 주거비다. 비교가 안 되는 이유는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서가 아니다.
두 조건을 같은 단위로 바꾸는 법
핵심은 보증금 차액을 연 이자율로 환산하는 것이다. 위 예시에서 전세와 월세의 보증금 차이는 2억원이고, 그 2억원을 안 넣는 대신 매달 80만원을 낸다. 연간으로는 960만원이다.
전환율 = (월세 × 12) ÷ 보증금 차액 × 100
960만원 ÷ 2억원 × 100 = 연 4.8%. 이 집주인은 보증금 2억원을 연 4.8%에 빌려 쓰는 셈으로 월세를 매긴 것이다.
이 숫자가 나오면 판단 기준이 생긴다. 내가 그 2억원을 다른 데 굴려 연 4.8%보다 높게 벌 수 있으면 월세가 낫고, 그보다 낮으면 전세가 낫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비교 대상은 예금금리가 아니라 대출금리가 된다.
법정 전환율 상한이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비율에 상한을 두고 있다. 다음 둘 중 낮은 비율을 넘을 수 없다.
- 연 10%
- 한국은행이 공시한 기준금리 + 연 2%p
기준금리가 낮은 국면에서는 자연히 2번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가 연 2.75%라면 상한은 4.75%가 된다. 앞서 계산한 4.8%는 이 상한을 살짝 넘는 수치다.
주의: 이 상한은 기존 계약의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처음부터 월세 조건으로 새 계약을 맺는 경우까지 강제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신규 계약의 조건 자체는 당사자가 정한다. 다만 전환율 계산은 신규 계약에서도 유용한 비교 잣대다 — 시장 전환율이나 법정 상한보다 훨씬 높게 매겨진 월세라면 협의를 시도할 근거가 된다.
대출을 낀 경우의 실제 계산
현금 3억원이 있는 사람은 드물다. 전세를 선택하면 대부분 대출이 붙는다.
전세 3억원, 자기자금 1억원 + 전세대출 2억원, 대출금리 연 4%인 경우
- 연간 이자: 2억원 × 4% = 800만원 → 월 약 66만 7천원
- 자기자금 1억원의 기회비용: 예금금리 연 3% 가정 시 연 300만원 → 월 25만원
- 합계 월 약 91만 7천원
보증금 1억원 + 월세 80만원인 경우
- 월세: 80만원
- 보증금 1억원의 기회비용: 연 300만원 → 월 25만원
- 합계 월 105만원
이 조건에서는 전세가 월 13만원가량 저렴하다. 그런데 대출금리가 오르면 결과가 뒤집힌다. 대출금리가 연 5.5%가 되면 전세 쪽 이자만 월 약 91만 7천원이 되어 총 116만 7천원으로 월세를 넘어선다. 기준금리와 대출금리의 관계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 이자 부담은 원리금 상환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월세에는 세액공제가 붙는다
비교를 한 단계 더 정밀하게 만드는 요소가 월세 세액공제다. 총급여 8,000만원 이하 근로자로서 무주택 세대의 세대주 또는 세대원이고, 국민주택규모(85㎡ 이하) 또는 기준시가 4억원 이하 주택에 살면 연 최대 1,000만원까지의 월세액이 공제 대상이 된다. 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17%, 5,500만원 초과 8,000만원 이하면 15%다.
월세 80만원이면 연 960만원이므로 한도 안에 들어온다. 총급여 5,000만원인 사람이라면 960만원 × 17% = 163만 2천원을 세액에서 돌려받는다. 월로 환산하면 약 13만 6천원이다.
앞의 계산에 이를 반영하면 월세 쪽 실질 부담은 105만원 - 13만 6천원 = 약 91만 4천원이 되어, 전세(91만 7천원)와 거의 같아진다. 세액공제 하나가 결론을 뒤집는 크기라는 뜻이다.
주의: 월세 세액공제는 근로소득자가 대상이고, 확정일자나 전입신고 등 요건과 임대차계약서·계좌이체 내역 같은 증빙이 필요하다. 현금으로 내고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공제를 받을 수 없다. 계약 단계에서 집주인이 “월세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수용하면 공제분만큼 실제 주거비가 올라간다.
숫자로 안 잡히는 항목들
계산이 전부는 아니다. 전세에는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위험이 있다. 금액이 크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손실도 크다. 이 위험을 줄이려면 등기부상 선순위 채권 확인,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필요하면 보증금 반환보증 가입까지 비용과 절차가 추가된다. 보증료도 실질 주거비에 포함해 계산하는 편이 정확하다.
반대로 월세는 목돈이 묶이지 않아 이사나 이직에 유연하고, 보증금이 작아 떼일 위험도 작다. 대신 매달 나가는 돈이 자산으로 남지 않는다.
전세자금대출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지도 현실적인 제약이다. 소득·신용·주택 조건에 따라 한도가 정해지므로, 전세가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와도 실행 가능한지는 별개 문제다.
정리
전세와 월세는 보증금 차액을 연 환산 전환율로 바꾸면 같은 단위로 비교할 수 있다. 전환율 = 연 월세 ÷ 보증금 차액이고, 법정 상한은 연 10%와 기준금리 + 2%p 중 낮은 쪽이다. 대출을 끼면 비교 기준이 예금금리에서 대출금리로 바뀌므로 금리 국면에 따라 결론이 뒤집히고, 근로소득자라면 월세 세액공제(총급여 5,500만원 이하 17%, 8,000만원 이하 15%, 연 1,000만원 한도)까지 반영해야 실질 비용이 나온다. 여기에 전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과 보증료를 더해야 비로소 완전한 비교가 된다.
자주 묻는 질문
전월세 전환율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연간 월세를 보증금 차액으로 나눕니다. 전세 3억원과 보증금 1억원·월세 80만원을 비교한다면 보증금 차액 2억원에 연 월세 960만원이므로 960만 ÷ 2억 × 100 = 연 4.8%입니다. 이 값이 내가 그 돈을 굴려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나 대출금리보다 높으면 전세가, 낮으면 월세가 유리합니다.
법정 전환율 상한을 넘는 월세는 무효인가요?
상한 규정은 기존 계약의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처음부터 월세 조건으로 맺는 신규 계약의 조건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상한을 넘는다는 이유만으로 신규 계약이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전환 상황이라면 상한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대출을 받아 전세로 들어가는 게 손해인가요?
대출금리와 전환율을 비교해 판단합니다. 전세대출 금리가 그 집의 전월세 전환율보다 낮으면 전세가 유리하고, 높으면 월세가 유리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 비교가 뒤집힐 수 있으므로 고정금리인지 변동금리인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월세 세액공제는 얼마나 돌려받나요?
총급여 5,500만원 이하면 공제율 17%, 5,500만원 초과 8,000만원 이하면 15%가 적용되고, 연 월세액 1,000만원까지가 공제 대상입니다. 월세 80만원이면 연 960만원이므로 총급여 5,000만원인 근로자는 약 163만원을 세액에서 공제받습니다. 무주택 세대주 또는 세대원이어야 하고 주택 규모·기준시가 요건도 충족해야 합니다.
계산상 전세가 유리한데도 월세를 선택할 이유가 있나요?
있습니다. 전세는 보증금 규모가 커서 반환 사고가 났을 때 손실이 크고, 목돈이 묶여 이사나 이직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월세는 초기 자금 부담이 작고 위험 노출액도 작습니다. 거주 예정 기간이 짧거나 자금 계획이 유동적이라면 계산 결과와 별개로 월세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